더 나쁜 희망고문

2019년 10월 11일 업데이트됨



지난 7월에 서울시 빈곤 아동 주거실태조사가 실시되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실시하고 그 조사는 주거복지센터에서 담당하였다.


매번 이런 조사를 할 때마다 응답자에게 향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좋은 정책을 마련하려고 하는 조사라고 설득하며 가정의 빈곤과 관련한 내밀한 이야기들까지 듣게 된다. 하지만, 조사자 본인도 이 조사를 시행하는 주체에 대해 큰 신뢰는 느낄 수 없고 행여 이것이 빈곤한 이들을 두 번 죽이는 희망고문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


빈곤 아동 주거실태조사 전, 이러한 실태조사가 우리 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의 마음을 갖고 질의하였고, 서울시에 SH 매입임대 가구 100호를 확보해두었으니 실질적 혜택을 주는 조사이므로 적극적으로 조사해달라는 독려를 받았다. 그래서 조사하는 마음도 좋았다.


조사에 응했던 한 어머니가 그때 그 집은 언제 되는 거냐며 종종 전화하곤 하는데, 안내가 있었으니 곧 될 거라고, 연락드릴 거라고 안심시켜드렸다.


하지만 그 불안감은 다르지 않았다. 여름 내내 곰팡이와 씨름하면서도 아이들과 반지하 주택에서 벗어날 것을 기대했던 부모님들에게 여지없이 당신들이 기대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강남은 집값이 비싸서 매입임대주택이 없으니 구로구나 금천구로만 입주할 수 있다고….


강남, 부자들이 살고, 그들만의 품격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곳이라고 포장된 이곳에서 한 달 내내 일하고 받은 생명 값 중 근근이 생활 할 비용을 뺀 나머지는 모두 월세나 빚을 갚는데 들어가는 이들이 가라앉은 삶을 살고 있다.


굳이 고정비용이 비싼 강남에서 사는 것을 택한 당신의 잘못이라고, 당신의 허영심 때문이니 네가 감당할 몫이고, 그런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당신은 실제로 그렇게 가난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고 의심과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빈곤을 형벌화한다.


실제로 강남에는 돈이 몰려있고, 많은 일자리가 있다. 강남에는 돈이 있어서 사는 곳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해서 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들이 부자 강남을 떠받친 일과를 끝내면 편안하고 쾌적하게 등을 붙이며 몇 시간의 힐링과 충전을 통해 내일도 일할 희망을 얻을 집이 필요한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고시원과 좁을 대로 좁은 원룸, 곰팡이와 습기로 인해 비염을 앓는 아이들, 이것이 화려한 강남의 이면이다.


최저 기준에 연연하는 서울시를 탓하기보다 주거기준을 비롯한 복지기준선을 만들고 있는 강남구에 빈곤 가구들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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