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정 박

IL운동과 자기결정권에 관해 - 1편


(사) 해냄복지회 이사장

김재익 박사


1. 들어가기

현대 후기산업사회, 즉 제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면서 극도의 개인주의적 가치가 팽배해짐에 따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폭이 점점 더 좁아져, 그 결과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은 점차 더 심화되고 있다.

인간(人間)의 지나온 긴 역사에서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는‘차별’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성은 현재에 와서 더욱 교묘해지며 치밀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여성과 아이, 피부색깔, 빈부격차 뿐 아니라 장애인의 영역에까지 차별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것은 때론 인간전체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자행되는 차별의 만행 속에서 장애인들은 자립생활운동(Independent Living Movement: IL운동)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게 되고, 이것이 장애인당사자주의 철학(哲學)에 바탕을 둔 장애인 삶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려는‘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것들이 IL운동을 태동하게 만들었으며, 특히 UN총회에서는 2006년 12월 13일 장애인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UN장애인권리협약을 채택하였는데, 이 협약에서 全세계 모든 지역에서 불이익이 가장 심한 소수자 집단인 장애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공평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효과적인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함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 협약의 제19조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분리되지 않고 자립생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과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우리사회 장애인복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장애인의 동등한 선택의 기회제공이며, 그리고 선택 시 그 어떤 누구의 강요도 받지 않는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2. IL운동의 기본철학

IL운동에서 자립생활의 진정한 의미는 장애인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 자신들에게 어떠한 위험이 따르더라도 항상 자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삶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배제나 차별을 받았을 때‘자신들의 조직된 힘’(IL운동)을 통해‘그들의 현상적 존재의 가치를 찾는 사회변혁’, 즉 실존함을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꿈꾸는 가장 소중한 바람 중의 하나인 것이며, 인간의 본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factor)이기도 하다.

사실 여기에서 우리는 20세기 초 현대철학의 사조(思潮)의 하나인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살펴보면, 자립생활에서 말하는 부분과 아주 비슷한 데를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은 자립생활의 깊이를 더 한층 깊게 알 수 있게 한다. 본래 실존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장애인도 포함)이라는 존재(Sein)는 보편적 측면에서 두 가지 모습 즉, 현존재(Dasein)와 실존(Existenz)으로 구별할 수 있다. 여기에서 현존재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 즉 인간 그 자체를 말하며, 실존(實存)이라는 것은‘우리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시ㆍ공간 속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구체적 모습 : 현실적 자아)’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딴 어떤 존재, 즉 의식이 없는 사물과는 달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면서 그‘가치의 존재방식을 스스로 선택해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아주 독특한 의미가 있다. 인간실존의 첫걸음은 모든 인간이 그의 존재의 임자라는 사실과 그의 존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스스로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인간의 본질은 그 추상적 개념(이상적 모습)에 의해 규정되기에 앞서 먼저 실존한 다음에 스스로 실천(앙가주망)함으로써, 즉 삶을 현실에서 구체성으로 실천함에 의해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의 본질(인간본성)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각자가 스스로 행위함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프랑스 철학자 Sartre는“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라는 명제를 도출해 내었다(사르트르, 1990).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는 IL운동의 관점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 진다. 어떠한 심한 손상을 갖고 있던 얼마나 심하게 손상을 입었던 모두가 똑같은 하나의‘인격을 갖춘 인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IL운동의 핵심어도 실제 자기 스스로의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과 실존적 선택권(choice-making)인 것만 보아도 IL운동의 의미는 주체의 행위를 통한 실존의 자각, 개성과 자유 및 존재의미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렇듯 장애인의 IL운동을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어는 자기결정권이라 할 수 있는데,‘자립생활의 실천’, 즉 IL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생활의 핵심적 가치인‘장애당사자주의’이념(理念)의 실천적 구현이며, 장애당사자의 자기선택권과 통제권 강화 그리고 정치적․경제적 권리까지 인정하고 스스로 행사하는 이념과 철학의 구현을 장애당사자는 물론 비장애인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정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L운동의 정신을 장애인의 인권신장과 권리운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및 장애당사자의 사회변혁적 의지 그리고 우리사회 공동체의 지지와 지원이 함께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IL운동의 기본철학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존엄하다는 사실과 장애인 자신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장애인이 어떠한 손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결정의 능력과 그 권리가 있다는 점을 실천을 통해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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